제일 두려운 것을 그냥 해 보기로 했다
인생의 바닥에서 가장 두려운 것을 해 보기로 한 뒤, 용접 일을 내려놓고 여러 나라를 옮겨 다니며 나만의 삶을 만들어 가고 있다.
OPENING SCENE
“어차피 이렇게 안 좋을 거라면, 내가 제일 두려워하던 걸 한번 해 보자.”
LIFE SNAPSHOT · 삶의 현실 요약
거주지 및 환경
태국 치앙마이. 그 전에는 베트남, 그 전에는 여러 곳
생계 및 일의 방식
원래는 용접. 지금은 디지털 노마드를 꿈꾸며 앱과 SaaS 개발
삶의 리듬
짧으면 2주, 길면 2~3달마다 비자에 맞춰 이동. 하루는 늘 느슨한 편
가장 소중한 가치
건강 · 친절과 웃음 · 나에게 맞는 환경
물속으로
인생이 흔들리던 때가 있었다. 인생 그래프로 치면 가장 바닥이던 때였다. 그때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어차피 이렇게 안 좋을 거라면, 내가 제일 두려워하던 걸 한번 해 보자.
평생 두려워하던 것은 물이었다.
물을 가장 두렵게 느낄 만한 일이 무엇일지 떠올려 보니 스쿠버 다이빙이었다. 이미 다이빙을 해 본 친구에게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어서 금방 떠오른 생각이었다. 그래, 스쿠버 다이빙을 해 보자.
그렇게 비용이 합리적이고, 풍경이 아름답고, 바다가 비교적 따뜻한 필리핀으로 향했다.
첫 다이빙 때의 떨림은 아직도 떠오른다. 물속에서 뭔가 잘못되는 상상이 들 때면, 그런 일이 생기면 그냥 받아들이자는 마음으로 시작했다.
“이 경험은 두려운 것을 대하는 내 생각을 많이 바꿔 놓았다. 그냥 하면 된다.”
내가 중요하게 여기는 것
건강. 몸도 마음도 건강하지 않으면 노마드 생활에 위기가 올 수 있다.
친절과 웃음. 여행지에서 마주치는 현지인과 다른 여행자들은 대부분 친절하다. 서로 웃음을 주고받으면 그날 하루가 더 기분 좋게 흘러간다.
나에게 맞는 환경. 나는 환경에 영향을 쉽게 받는다. 옮겨 간 곳이 나에게 좋지 않다고 느껴지면 환경을 바꿔 더 나은 에너지를 얻으려 한다. 하루 중 잠시 카페나 숲, 해변에 다녀오는 것만으로도 에너지는 바뀐다.
용접 현장에서
용접을 시작한 지 10년이 넘었다. 조선소, 플랜트, 반도체, 배터리, 해상 등 여러 현장에서 일했다.
젊을 때는 몸을 쓰는 일이 몸도 마음도 단련해 준다고 생각하며 일했다. 하지만 고된 환경이라 일을 과하게 할 때면 많이 지치기도 했다.
가장 아쉬웠던 건 사람이었다. 여러 사람과 함께 일하다 보니 그만큼 여러 일이 생긴다. 용접사는 비교적 혼자 하는 작업이 많은데도, 거기서 완전히 벗어나기는 어려웠다.
해외 현장에서
처음 호주에서 일할 때는 일과 삶이 얼마나 조화로울 수 있는지 느꼈다. 말레이시아에서는 바다 위에서 일하는 특별한 경험을 했는데, 지금도 좋은 기억으로 남아 있다. 미국에서는 일과 자유, 그리고 즐거움을 함께 느꼈다. 다시 해외에서 일한다면, 일만 놓고 보면 개인적으로 미국이 가장 좋았다.
솔직히 해외에서 일하면 한국의 하드코어한 일과 비교하게 된다. 일하는 문화도, 환경도, 사람들의 여유도 달라서 그 영향을 무시하기 어렵다. 그래서 한국에서는 솔직히 더 일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커질 수밖에 없었다.
다른 삶을 고르기까지
처음 용접을 할 때는 일을 배우고 기술이 느는 게 재미있었다. 수입으로 인정받는 느낌도 있어서 만족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이 일이 더는 나 자신이나 내 인생의 발전에 좋은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해외에서 일하고 여행하며 여러 경험을 할수록 사는 방식에 대한 생각이 점점 많아졌다. 결국 다른 삶을 살고 싶다는 생각이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생겼고, 무엇을 하며 어떤 삶을 살지 계속 탐구하게 된 것 같다.
지금은 디지털 노마드가 되어 보려고 앱과 SaaS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약속을 잡는 앱 Tovi와 현장의 보고·기록을 돕는 Sitrilo다.
주변의 반응은 다양했다. 나를 걱정한다는 위치에 있는 사람들은 대부분 ‘그러면 안 된다’고 했다. 나를 믿어 주는 친구는 멋있다며 응원해 주었다.
망설임은 없다. 그저 ‘일단 해 보자’를 계속하려고 노력한다. 지금 할 수 있는 걸 해 보고, 안 되면 어쩔 수 없는 것 아닐까?
이렇게 사는 데 필요했던 것
돈. 많지 않더라도 생활이 유지될 만큼은 마련해 두는 게 중요하다. 하지만 사람 일이 그렇게 쉽지는 않아서 위기가 올 때도 있다. 그럴 땐 그 상황에서 할 수 있는 걸 찾아서 할 수밖에 없다.
용기. 그리고 환경에 맞춰 사는 것. 원하는 게 많거나 기준이 높으면 힘들 수 있다. 어떤 곳은 좋고 어떤 곳은 나쁠 수 있으니, 그곳에 맞춰 생활 패턴도 소비도 맞춰야 한다.
남의 시선과 평가에 흔들리지 않는 마음. 나는 마음이 편한 방식으로 사는 것이지, 어떤 기준에 맞춰 살려는 게 아니다.
현실 감각. 나는 몽상가라 이 부분이 약하다. 이 균형이 잘 잡힌 사람이라면 더 단단하게 잘 만들어 갈 것이다.
잘 산다는 것
인생의 바닥을 겪고, 두려운 걸 해 보고, 흘러가는 대로 살아온 지금은 크게 후회하지 않을 인생이라고 생각한다. 잘 산다는 건 후회하지 않을 선택을 하면서, 주어진 하루하루에 맞춰, 나만의 개성을 발휘하며 사는 것 아닐까?
세상 사람들은 모두 성향이 다르다. MBTI 분포만 봐도 너무나 다르다. 어떤 사람은 나처럼 살고 싶을 테고, 어떤 사람은 내 환경에 있으면 꽤 불편해서 벗어나고 싶을 것이다.
“내 삶에 끌리는 사람이라면 한마디만 전하고 싶다. 원하는 것을 떠올릴 때 함께 떠오르는 가장 두려운 것, 그걸 그냥 해 보라. 그것 하나가 많은 걸 바꿀 것이다.”
이 삶이 실제로 어떻게 흘러가는지 시간 순서대로 들여다봅니다.
REALITY OF THIS LIFE · 이 삶의 빛과 그림자
이 삶에서 가장 좋은 점
- 혼자 세상에서 어떻게 살아남을지는 큰 과제다. 그래도 내 세상을 온전히 내가 만들어 간다는 장점이 있다. 원하는 장소, 원하는 시간, 원하는 활동. 온전히 나를 위한 시간이다.
- 그러다 운 좋게 좋은 사람들을 만나면 함께 시간을 나누는 즐거움도 생긴다.
현실적으로 겪는 어려움
- 성향상 외로움을 비교적 덜 타는 편이라 감정적으로 힘들지는 않다. 오히려 가끔 좋은 사람들이 나타나면 즐거운 일이고, 없다고 해서 깊이 외로워하지는 않는다.
- 가장 힘든 건 비자 때문에 자주 옮겨 다녀야 하는 것이다. 딱히 옮기고 싶지 않은데 떠나야 할 때가 있다. 이것마저도 ‘어차피 옮기는 거, 그걸 활용하자’고 마음먹으면 사실 큰 문제는 아니다.
JIKOO
지구시민 창립자 · 전직 용접사 · 앱·SaaS 개발자